허리 통증은 흔한 만큼 “조금 쉬면 나아지겠지”라고 가볍게 넘기기 쉽다. 파스 한 장 붙이고 진통제로 버티며 일상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고령에서 발생하는 허리 질환은 단순 근육통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통증이 허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엉치,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내려간다거나 10~15분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쉬어야 한다면, 신경이 눌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발목이 처지는 운동 마비로 이어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배뇨·배변 이상까지 동반되는 마미증후군으로 발전할 위험도 있다. 결국 허리 문제는 통증을 넘어 신경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EBS ‘명의 – 허리 수술, 아프기 전에 미리 할까?’에서는 신경외과 진동규 교수가 고령 허리 질환의 치료 기준과 수술 시점에 대해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수술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 때문에 조기 수술을 고민한다.

하지만 진 교수는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빠른 수술’이 아니라 ‘지금 상태가 지켜볼 수 있는 단계인지’와 ‘놓치면 안 되는 신호가 있는지’라고 강조한다.

즉, 수술을 미리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증상과 기능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임상 사례를 보면 판단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과 전방전위증이 동시에 있는 70대 여성 환자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 5분 거리도 택시를 이용할 정도로 일상 기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검사 결과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져 신경이 눌리고, 척추가 앞으로 밀려 불안정성이 겹친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무조건 모든 병변을 한 번에 고정하는 대규모 유합술이 정답은 아니다.


고령 환자에게 수술 범위가 커질수록 회복 부담이 커지고, 유합술을 한 부위 위아래로 하중이 몰려 노화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환자에게는 세 마디 모두를 고정하기보다 신경을 충분히 풀어주는 감압술을 우선 시행하고, 불안정성이 뚜렷한 한 부위만 선택적으로 유합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치료 계획을 세웠다. 즉, 필요한 부위만 고정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살리는 전략이다.


반면 척추 분리성 전방전위증 진단을 받은 70대 남성 환자는 다리가 저리고 힘들기는 했지만 일상 기능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다른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진 교수는 “견딜 만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판단했다.
증상은 분명했지만 아직은 견딜 수 있고, 일상생활을 크게 잃지 않은 상태라면 당장 수술로 가기보다는 진통제를 먹으며 경과를 지켜보는 선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각한 추간판 탈출증 환자도 초기에는 통증이 극심했지만 약 10일가량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며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자 서서히 증상이 가라앉아 일상생활이 가능해진 사례가 있다.

다만 이런 기다림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신호가 보이면 수술을 미룰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즉시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경고 신호는 ‘마미증후군’이다. 척추관 협착증과 전방전위증을 가진 70대 남성 환자는 다리 저림과 통증 외에 항문 주변 감각이 둔해지고 소변보기가 힘들어지는 증상을 호소했다.
검사를 통해 마미증후군이 진단되었고, 즉시 응급 수술이 결정됐다. 마미증후군은 척추 아래쪽의 마미총 신경이 심하게 눌려 항문 감각 이상과 배뇨·배변 장애가 나타나는 응급 질환이다.

특히 배뇨·배변 기능 변화가 동반되면 신경 손상 위험이 커져 치료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골든타임은 24시간, 길어도 72시간 이내이며, 이를 놓치면 평생 소변을 외부에서 배출해야 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결국 허리 수술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증상의 변화와 신경 손상 신호다. 통증이 강하다고 무조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통증이 덜하더라도 신경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허리 통증이 단순한 근육통인지, 신경 압박으로 인한 것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보행 거리, 근력 변화, 감각 저하, 배뇨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내 허리 상태에 맞는 치료 방법과 적절한 수술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동규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