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의 오일장을 따라다니다 보면 유난히 긴 줄이 늘어선 호떡집을 만나게 된다. 함창장을 비롯해 상주장, 문경 점촌장, 가은장까지, 장날이면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는 이 집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장님 호떡’으로 통한다.

주인공은 올해 여든셋, 김희자 씨. 40년 세월을 반죽과 함께 살아온 그는 이제 상인들 사이에서도, 손님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회장님’이라 불린다.
희자 씨의 삶은 호떡만큼이나 뜨겁고도 질겼다. 스물두 살에 안동의 한 시골 마을로 시집와 삼대독자의 아내가 되었고, 이후 먹고살 길을 찾아 상주로 터전을 옮겼다.


남편이 광산에서 일하는 동안 그는 식당일과 파출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6남매를 키워냈다. 하지만 빠듯한 살림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들 밥 굶길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그를 장터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손수레 하나를 빌려 시작한 장사였다. 이웃들 시선이 부끄러워 일부러 한적한 골목으로 돌아 나갔던 날의 기억을 그는 아직도 또렷이 떠올린다.

비 오는 날에도, 눈발 날리는 추운 날에도 장은 섰고, 희자 씨의 불판도 함께 달아올랐다. 반죽을 빚고 설탕과 씨앗을 채워 넣어 노릇하게 구워내는 동안, 그의 손은 쉼 없이 움직였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준 건 가족이었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장터로 달려와 엄마 일을 도왔고, 남편 역시 묵묵히 곁을 지켰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며 아이들은 자라 어른이 되었고, 이제는 어엿한 동업자가 되었다.

지난해 10월, 장남과 둘째 딸은 오랜 준비 끝에 번듯한 가게를 마련해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평생 장터를 떠돌며 일해온 엄마에게 안정된 공간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여전히 장날이면 분주하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그의 곁에는 든든한 자식들이 함께 서 있다. 반죽을 나르는 손길도, 불판을 지키는 눈빛도 서로를 향한 신뢰로 가득하다.

김희자 씨는 말한다. 고생은 많았지만 지금이 가장 좋다고. 자신의 지난 시간을 알아주고 존중해주는 자식들 덕분에, 그의 이름은 더 환하게 빛난다.
장터 한켠에서 시작된 작은 손수레는 이제 세 식구가 함께 지키는 삶의 터전이 되었다. 사람들은 오늘도 따끈한 호떡 한 장과 함께, 회장님이라 불리는 한 어머니의 인생을 맛본다.
▶육남매호떡&카페
주소: 경북 상주시 함창읍 함령길 90
연락처: 054-541-0915
함창장 1,6일 / 경북 상주시 함창읍 함창시장 1길 63-9
상주장 2,7일 / 경북 상주시 상산로 256-5
점촌장 3,8일 / 경북 문경시 신흥시장길 19
가은장 4,9일 / 경북 문경시 가은읍 대야로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