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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45 2026. 2. 18. 21:05

경남 의령 자굴산 아래 자리한 한적한 마을에는 올해 여든일곱의 강갑남 어머니가 살고 있다. 열아홉에 시집와 3남 1녀를 낳고, 한평생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68년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의 아침 풍경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가 떠오르기 전 부엌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마솥에 물을 올리고, 전날 정성껏 불려둔 콩을 맷돌에 갈아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수십 년째 이어진 삶의 리듬이다.

강갑남 어머니에게 손두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가족을 먹여 살린 생업이었고, 고단한 세월을 버텨낸 버팀목이었다.

 

40여 년 전 마을 구판장이 사람들로 붐비던 시절, 그는 동동주와 함께 갓 만든 손두부를 내놓으며 손님을 맞이했다. 장날이면 동네 어르신들과 장꾼들, 나그네들까지 모여들었고, 부엌은 늘 분주했다.

뜨거운 가마솥 앞에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했지만, 아이들 밥상 생각에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 억척같이 일하며 자식들을 키워냈다.

 

 

세월이 흐르며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이제 두부를 만드는 이유는 장사가 아니라 가족, 그중에서도 맏딸 분선 씨를 위해서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아들을 키우며 힘겨운 시간을 보낸 딸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의 마음은 복잡했다.

늘 가슴 한편에 남아 있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어,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을 딸에게 맡겼다. 대신 두부와 동동주만큼은 여전히 자신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새벽마다 직접 만들어 딸의 가게로 가져다주는 일이 지금의 일과가 되었다.

“부모 마음은 다 똑같지.” 그의 말처럼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보태주고 싶은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두부 틀을 누르는 손은 세월 탓에 굵고 거칠어졌지만, 딸을 향한 눈빛에는 여전히 힘이 있다.

예전에는 생계를 위해 지폈던 장작불이 이제는 사랑을 전하는 불씨가 되었다. 두부 한 모에는 어머니의 땀과 함께 자식을 향한 응원이 담겨 있다.

강갑남 어머니는 요즘 들어 “지금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딸이 가까이 있고, 아직도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고 한다.

 

 

자굴산 자락 작은 부엌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그의 삶도 묵묵히 이어져 왔다. 주름 깊은 얼굴에는 지난 세월의 고단함과 함께 가족을 향한 깊은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오늘도 어머니의 가마솥에서는 두부가 천천히 익어가고, 그 속에는 68년 인생의 온기가 함께 담겨 있다.

 

<자굴산 할매집>

경남 의령군 칠곡면 자굴산로 164

010-6323-7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