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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밥 짓는 시인 곤드레밥정식 제천 유봉재 청국장정식 식당

son45 2026. 2. 20. 20:23

충북 제천 의림지 주변에는 3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온 곤드레밥 전문 식당이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유봉재(76) 씨는 오랜 세월 꾸준히 한 끼의 밥상을 지켜온 공로로 ‘밥 짓는 시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식당의 대표 메뉴는 생곤드레밥과 청국장으로, 화려함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과 정직한 조리법을 살린 소박한 한식 상차림이 특징이다.

 

 

은은한 곤드레 향과 구수한 장맛이 조화를 이루는 한 끼는 건강식에 관심 있는 손님들 사이에서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

유봉재 씨는 학창 시절 문학을 사랑했던 학생이었다. 결혼 후에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남편과 가정을 이루고 네 자녀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중 IMF 외환위기 때 남편이 빚보증 문제로 전 재산을 잃게 되면서 경제적 위기를 맞았다. 이후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 선택한 길은 그가 평생 해온 ‘밥 짓는 일’이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시골집에서 식당을 시작했지만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삼겹살, 삼계탕, 곰탕 등 다양한 메뉴를 시도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시행착오 끝에 선택한 메뉴가 시어머니에게 배운 청국장과 곤드레밥이었다. 익숙한 손맛과 정직한 조리법으로 메뉴를 단순화한 뒤 점차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고, 식당은 안정적인 운영 구조를 갖추게 됐다.

곤드레는 향이 부드럽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식 재료로 주목받는 산나물이다. 여기에 유봉재 씨가 직접 담근 장으로 끓인 청국장을 곁들이면 한 상이 완성된다.

그는 재료 손질, 밥 짓기, 국 끓이기 등 대부분의 과정을 직접 챙기며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왔다. 매일 반복되는 기본기와 정성이 지금의 식당을 만들어낸 밑거름이다.

 

식당 운영과 함께 그는 문학 활동도 이어왔다. 삶의 굴곡과 일상의 경험을 글로 정리하며 뒤늦게 등단했고, 시집도 출간했다.

주방에서의 하루와 원고지 위의 시간은 별개의 공간 같지만, 그의 삶에서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밥을 짓는 일과 시를 쓰는 일 모두 자신의 시간을 기록하고, 지나온 삶을 되새기는 행위가 된다.

 

 

제천 의림지 인근의 이 곤드레밥집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한 사람이 위기 속에서도 스스로 삶을 다시 세우고 길을 찾아낸 공간으로 의미가 깊다.

29년간 이어온 한 끼의 밥상에는 생계를 책임지려는 의지와 삶을 기록해온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음식과 문학이라는 두 길을 묵묵히 걸어온 유봉재 씨의 이야기는 오늘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제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음식 이상의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