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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남당항 8남매 새조개 샤부샤부 횟집

son45 2026. 2. 19. 18:53

충남 홍성 남당항은 겨울이 끝나갈 무렵 가장 분주해지는 어항이다. 육지의 찬 기운은 조금씩 누그러지지만, 바다는 여전히 냉기를 품고 있다. 이 시기 남당항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제철 새조개 때문이다.

새조개는 1~2월 사이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며 맛이 깊어진다. 어획 시기가 짧아 제철을 놓치면 맛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 아니면 힘든 음식’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새조개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껍데기에서 나온 살의 모양이 새 부리를 닮아 낯설고 기묘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외면받았다. 지역에서도 흔히 소비되던 어패류는 아니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서산 간척 사업 이후 바다 환경이 변하면서부터다. 수온과 해저 환경이 바뀌자 새조개 서식이 늘었고, 일본에서 고급 식재료로 인정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가치가 재조명됐다. 수출이 증가하고 국내 소비도 늘어나면서 남당항 일대에서는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됐다.

새조개 조업은 계절과 물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짧은 시즌 동안 안정적인 수확을 위해서는 경험과 판단력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가족 단위로 조업과 식당 운영을 병행하는 형태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남당항의 8남매 역시 역할을 나눠 성수기를 준비한다. 누군가는 배를 타고 채취를 담당하고, 누군가는 선별과 손질을 맡으며, 또 다른 가족은 식당에서 손님을 응대한다.

 

 

대표 메뉴는 새조개 샤부샤부다. 끓는 육수에 조갯살을 잠깐 담갔다가 건져 먹는 방식으로, 과하게 익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짧은 시간 데친 새조개는 달콤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지니며,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남는다. 담백한 육수와 어우러져 바다의 계절감을 또렷하게 전달한다.

 

한편, 이들에게 늦겨울을 상징하는 또 다른 식재료는 참소라다. 새조개가 널리 알려지기 전, 가족이 함께 나눠 먹던 참소라 된장찌개와 무침은 여전히 기억 속의 밥상으로 남아 있다.

차가운 수온을 견디고 자란 참소라는 단단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제철에만 드러나는 맛의 차이가 분명해 지역 어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겨울 해산물로 꼽힌다.

 

 

오늘날 남당항은 새조개를 중심으로 한 겨울 식문화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바다 환경의 변화, 소비 시장의 확대, 그리고 가족 공동체의 노동이 맞물려 형성된 결과다.

늦겨울 남당항의 한 상에는 제철 해산물의 가치와 함께 지역 사람들의 시간이 켜켜이 담겨 있다. 계절이 바뀌면 사라질 맛이기에 더욱 또렷하게 기억되는 풍경, 그것이 지금 남당항이 지닌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