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에 위치한 아바이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실향민 정착지라는 역사적 배경을 지닌 공간이다.

1950년대 초 함경도에서 내려온 주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됐고, 그 과정에서 고향의 음식과 생활 방식도 함께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마을 곳곳에서는 북녘 지역 특유의 음식 문화가 이어지고 있어 속초 내에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바이마을의 상징으로 꼽히는 것은 ‘속초 갯배’다. 과거에는 다리가 없어 배를 이용해야만 마을을 드나들 수 있었고, 주민들은 직접 줄을 잡아당기며 강을 건넜다.



이 무동력 나룻배는 장을 보러 나가는 일부터 생업 활동, 통학까지 책임지던 생활 교통수단이었다. 현재는 안전하게 정비되어 관광객 체험용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 기원과 사용 방식에는 당시 주민들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색다른 체험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이동 수단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갯배를 타고 들어가면 함경도식 가자미식해를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가게를 만날 수 있다. 가자미식해는 신선한 가자미에 곡물과 고춧가루, 마늘 등 양념을 더해 발효시키는 음식으로, 이 지역에서는 밥 대신 좁쌀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좁쌀은 입자가 단단해 숙성 과정에서 형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고, 고소한 풍미를 더해준다. 재료를 고루 버무린 뒤에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이불을 덮어두고 약 한 달 동안 자연 숙성을 진행한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발효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시로 확인하며 관리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은 대부분 손작업으로 이뤄진다.
이 가게의 식해는 피란 시절 생계를 위해 시작된 음식에서 출발했다. 낯선 땅에서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1대 어르신이 고향의 방식을 지켜가며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며느리가 그 전통을 이어받았다.



최근에는 손녀 세대까지 가업에 참여하며 3대에 걸친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 환경은 달라졌지만, 제조 방식과 기본 원칙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재료 손질부터 염도 조절, 숙성 기간 관리까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각이 맛을 결정한다.
완성된 함경도식 가자미식해는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특징이다. 숙성이 잘되면 살이 부드럽게 풀리고, 과하지 않은 산미가 더해져 밥과 함께 먹기 좋다.


지역 특산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실향민의 기억과 세월을 담은 음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속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바이마을에서 갯배를 체험하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가자미식해를 맛보며, 한 세대를 넘어 이어진 손맛과 마을의 역사를 함께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김송순아마이젓갈>
강원 속초시 청호로 82 1층
0507-1336-1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