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나의 오래된 단골집’ 1부는 전남 담양에서 전통 쌀엿을 만드는 형제의 일터를 찾는다. 담양은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지역으로, 오래된 고택과 문중 마을이 남아 있어 전통 생활문화가 비교적 온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고강석·고환석 형제는 대를 이어 내려온 방식 그대로 갱엿을 만들며 지역의 옛맛을 지켜가고 있다.
쌀엿은 단순히 달콤한 간식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손이 많이 가는 전통 식품이다. 먼저 엿기름과 쌀을 삭혀 자연스럽게 당을 우려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이를 걸러낸 물을 큰 가마솥에 붓고 오랜 시간 졸여 농도를 맞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불 조절과 타이밍이다. 불이 지나치게 세면 색이 짙어지고 쓴맛이 날 수 있으며, 약하면 점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는다.

작업자는 끓는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점도와 향, 색의 변화를 살핀다. 날씨와 습도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감각이 완성도를 좌우한다.



이 집 쌀엿의 차별점은 바삭하게 부서지는 식감이다. 적정 농도에 이르면 형제가 마주 앉아 엿을 잡아당기고 접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이 작업을 통해 내부에 공기층이 균일하게 형성되고, 특유의 결이 살아난다.
힘의 강약과 속도가 맞지 않으면 조직이 고르지 않게 굳어 식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공정이다.

완성된 쌀엿은 과하게 끈적이지 않고 단맛이 비교적 담백하다. 한입 베어 물면 가볍게 부서지며 은은한 고소함이 남는다. 인공 감미료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아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겨울철 간식이나 명절 선물용으로 꾸준히 찾는 이들이 많다.



대량 생산과 자동화 설비가 보편화된 시대에도 형제가 가마솥과 손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전통의 맛을 지키기 위해서다.
담양의 고택 사이에서 이어지는 쌀엿 만들기는 단순한 식품 제조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가족의 시간을 함께 이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느린 공정을 거쳐 완성된 한 조각의 쌀엿에는 세월의 정성과 장인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재구전통쌀엿>
전남 담양군 창평면 경동길 11-10
061-382-9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