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에서는 한 산골 마을에서 160년 세월을 견뎌온 고택과 그 집을 지키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일상을 함께한. 고요한 아침이면 여든여섯의 전경석 씨는 마당에 쌓인 눈을 쓸고, 산에서 해 온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현대식 보일러 대신 옛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대대로 이어진 집을 지켜왔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대들보의 상량문과 부엌 한켠의 우물, 마루 아래 숨겨진 수납공간까지 집안 곳곳에는 그의 손길과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아내 임종순 씨와 함께 산 지 60여 년. 두 사람의 일상은 소박하지만 단단하다. 2년 전 도시에서 생활하던 막내딸이 돌아오면서 집안에는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온수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불편한 환경이지만, 가족에게 이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세월을 품은 삶의 터전이다. 오후가 되면 경석 씨는 아내와 마주 앉아 고스톱을 친다. 실력은 아내가 한 수 위지만, 함께 웃고 시간을 보내기 위한 소중한 의식과도 같다.

종순 씨는 3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나이를 묻는 질문에 늘 “스물두 살”이라 답한다. 양평 산골로 시집오던 새색시 시절의 나이에 기억이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부부는 농사와 양봉, 숯 굽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4남매를 키웠다. 특히 종순 씨는 30년간 오리주물럭 장사를 하며 지역에서 이름난 손맛을 자랑했다. 그러나 지금은 밥 짓는 법조차 가끔 잊어버린다.
딸은 어머니가 담가두었던 씨간장과 된장을 이어받아 집안의 장맛을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청국장을 띄워 식탁에 올렸다.


익숙한 냄새가 퍼지던 날, 종순 씨는 말없이 부엌으로 향해 두부를 썰기 시작했다. 흐릿해진 기억 속에서도 몸이 먼저 반응한 순간이었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단순한 노년의 일상이 아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집과 그 안에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세 식구의 시간은, 전통 가옥이 품은 의미와 가족의 사랑을 함께 보여준다.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도 오래된 집을 지키는 일은 곧 한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