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은 경상남도 거제시 옥포동에서 오랜 세월 조선소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 본다. 거대한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노동자들은 이제 세월이 흘러 지역을 지키는 든든한 어른이 되었다.

낮에는 바다를 향해 서 있는 거대한 선박들이 만들어지고, 밤이 되면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거제의 밤거리에는 형광빛 야광봉을 들고 순찰을 도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로 옥포동 자율 방범대원들이다.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과거 조선소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다. 젊은 시절에는 뜨거운 철판과 용접 불꽃 속에서 일하며 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사람들이다.
이제는 세월이 흐르며 현장을 떠났지만, 여전히 마을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을 내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소에서 단련된 책임감과 끈기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조선소에서의 일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작업장에는 기계 소음이 끊이지 않았고, 철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에서 분진이 끊임없이 날렸다. 여름에는 뜨겁게 달궈진 철판과 열기 속에서 일해야 했고, 겨울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작업을 이어가야 했다.
그 시절 노동자들의 하루는 마치 전쟁터와도 같았다고 말할 정도로 치열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항상 가족의 걱정과 응원이 함께했다.
특히 아내들의 마음은 늘 불안했다. 남편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담담하게 남편을 배웅했지만, 돌아서는 순간 눈물을 삼키는 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들은 남편이 조금이라도 기운을 낼 수 있도록 집에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다. 힘든 일을 하는 남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든든한 한 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옥포동은 바다와 가까운 지역이라 신선한 해산물을 구하기 쉬웠다. 덕분에 집집마다 바다에서 나는 생선을 활용한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식탁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고등어를 넣어 끓인 추어탕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보양 음식이었다.

보통 추어탕은 미꾸라지로 끓이지만, 이곳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등어를 넣어 깊은 맛을 냈다. 기름기가 적당히 배어 나온 국물은 일로 지친 몸을 따뜻하게 풀어 주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은 돼지고기 요리였다. 당시 조선소에서는 종종 직원들에게 돼지고기 교환권을 나눠 주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그 교환권을 들고 동네 정육점을 찾아가 고기를 받아 오곤 했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위해 아내들은 서둘러 불을 올리고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을 더해 돼지고기짜글이를 만들었다.
냄비에 자작하게 끓여 낸 돼지고기짜글이는 밥과 함께 먹기 좋은 든든한 반찬이었다. 하루 종일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그 음식은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조선소에서 일하던 시절의 풍경도 점점 추억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때 함께 나눴던 음식과 이야기는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옛 동료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그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함께 버텨냈기에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 옥포동의 밤거리를 지키는 자율 방범대원들 역시 바로 그런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다. 젊은 시절에는 산업 현장에서 나라의 경제를 일으키는 데 힘을 보탰고, 이제는 지역 사회를 위해 조용히 봉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손에 들린 야광봉은 예전의 용접 불꽃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마음이 담겨 있다.
한국인의 밥상은 이렇게 평범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전한다. 거제 옥포동의 조선소에서 흘린 땀과, 그 곁에서 남편을 위해 밥상을 차리던 아내들의 마음,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동료애가 한데 어우러진 이야기다. 그 시절을 함께 버텨낸 사람들과 그들의 밥상 덕분에 옥포동의 밤은 오늘도 조용히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