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질수록 식탁 위 풍경도 달라진다. 차가운 공기에 몸이 움츠러드는 날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뜨끈한 밥 한 상이다.

아무리 두툼한 옷을 입어도 사라지지 않던 한기가 얼큰한 국물 앞에서는 서서히 풀어진다. 매운맛은 그저 강한 자극이 아니라, 추운 계절을 견디게 해주는 생활의 힘이었다.
그래서 겨울 밥상은 늘 김이 오르고, 그 따뜻함 속에는 가족의 시간이 함께 스며 있다.
충청남도 청양군 정산면은 매운맛으로 이름난 곳이다. 청양고추로 대표되는 이 지역에서 얼큰함은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이다. 하루 종일 땅을 일구고 몸을 움직인 뒤, 매콤한 음식 한 그릇은 지친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김인애 씨의 집에 들어서면 가마솥에서 퍼져 나오는 구수한 냄새가 가장 먼저 사람을 맞는다. 지금도 옛 방식을 그대로 지키며 메주콩을 삶아 장을 담그는 집이다. 해마다 청국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그는데,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 과정마다 담긴다.
늦가을에 수확한 메주콩은 가마솥에 넣어 오랜 시간 푹 삶는다. 그렇게 삶아낸 콩을 따뜻한 아랫목에 두고 천천히 띄워 청국장을 만든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이 집에서는 해마다 빠짐없이 이어진다.

완성된 청국장은 일부를 말려 가루로 만든 뒤 고춧가루와 섞어 고추장으로 완성한다. 숙성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일반 고추장과 달리, 청국장을 활용한 고추장은 바로 먹을 수 있으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구수함과 매콤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 장은 겨울 밥상의 중심이다.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둔 장은 추운 계절이 되면 비로소 진가를 드러낸다. 구기자 뿌리에 청국장을 풀어 삶아낸 수육은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살아 있고, 청양고추의 화끈한 매운맛과 달래의 알싸함, 구기자청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장은 밥을 부른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추장짜글이를 나누던 풍경은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청양의 겨울 밥상에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매콤하고 얼큰한 맛 속에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과 오랜 시간 이어온 손맛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해주는 건 결국 사람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이라는 사실을, 이곳의 밥상이 조용히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