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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신시도 풀게튀김 우럭매운탕 콩나물바지락 김치국 섬마을 인생밥상

son45 2026. 1. 29. 15:42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이어지며 만들어진 고군산반도가 자리하고 있다. 육지와 바다가 맞닿은 이 지역은 사계절 내내 풍경이 아름답지만, 특히 겨울 바다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온 든든한 터전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넉넉한 품을 지닌 섬으로 알려진 신시도에는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한 부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시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준상(78), 김삼순(71) 부부는 이름만큼이나 인생사도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약 50여 년 전, 병든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열아홉 살의 김삼순 씨는 우연히 섬을 찾았던 이준상 씨를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삼순 씨에게 결혼은 선택이 아닌 책임과 삶의 연장이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부부의 길로 들어섰다.

 

결혼 후 두 사람 앞에 놓인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동생들에 자식 셋까지 더해 아홉 식구의 생계를 꾸려야 했던 시절, 남편은 멸치와 꽃게를 잡기 위해 밤낮없이 바다로 나갔고, 아내는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며 하루를 보냈다.

특히 겨울은 바닷바람이 매서워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기 쉬운 계절이었지만, 신시도 앞바다는 그 혹독한 계절에도 먹을거리를 내어주며 가족의 밥상을 책임져 주었다.

 

 

겨울 신시도의 대표적인 먹거리 중 하나는 1월과 2월, 가장 추운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풀게다. 풀게는 잡히자마자 조리하지 않으면 쉽게 상해 산지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귀한 식재료다. 매콤한 양념에 무쳐내면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게 만드는 밥도둑이 되고, 밀가루 반죽에 묻혀 튀겨내면 고소함이 살아나는 별미로 변신한다.

찬 바닷물에서 자랄수록 살이 단단해지는 우럭 역시 겨울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다. 얼큰하고 칼칼하게 끓여낸 우럭 매운탕은 몸속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며, 바닷일로 얼어붙은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삼순 씨가 넉넉지 않은 살림 속에서도 가족 모두를 배불리 먹이기 위해 만들어냈다는 콩나물바지락 김칫국은 신시도 겨울 밥상의 상징 같은 음식이다. 시원한 콩나물과 바지락의 감칠맛, 김치의 얼큰함이 어우러져 어떤 추위도 잊게 만드는 든든한 국물이다.

이러한 음식들은 단순한 겨울 별미를 넘어, 매서운 계절을 견뎌온 가족의 삶과 어머니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밤낮없이 바다로 나가던 남편의 고단함을 풀어주고,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차려냈던 밥상에는 언제나 사랑과 정성이 함께했다.

 

 

고군산반도 신시도의 겨울 밥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더욱 든든해지는 이곳의 음식은, 자연이 내어준 재료와 오랜 세월 쌓아온 손맛이 만들어낸 따뜻한 위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