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시 통동은 평균 해발 약 900미터에 위치한 고지대 마을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도시라 불릴 만큼 겨울이 길고 혹독한 곳이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만큼 추위도 매섭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연과 기대어 살아가며 계절을 이겨내는 지혜를 밥상에 담아왔다. 태백의 겨울은 단순히 견뎌야 할 시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단단히 다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깊은 산자락의 가파른 비탈에서 산나물 농사를 짓는 한 가족이 있다. 12년 전 남편의 고향인 태백으로 돌아온 뒤, 야산을 직접 사들여 무려 5년 동안 산기슭을 일구며 밭을 만들었다.


평지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돌을 고르고 흙을 다지며 가꾼 밭에서는 봄마다 향긋한 산나물들이 자라난다. 이렇게 수확한 산나물은 깨끗이 손질해 잘 말려두면 겨울 내내 꺼내 먹을 수 있는 귀한 묵나물이 된다.

오금란 씨는 자연이 내어준 이 산나물들을 활용해 겨울철 몸을 녹여주는 얼큰한 보양식을 만든다. 인삼 향이 난다고 해 ‘삼나물’이라 불리는 눈개승마를 비롯해 어수리, 곤드레나물 등 다양한 산나물에 갖은 재료를 더해 빚는 산채만두는 이 집 겨울 밥상의 대표 음식이다.
고기를 넣지 않았는데도 깊고 진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으로, 산나물 특유의 향과 식감이 어우러져 특별한 풍미를 낸다.

이 산채만두를 고추씨를 덖어 우려낸 맑고 칼칼한 육수에 넣어 끓인 전골은 추운 겨울에 더욱 빛을 발한다. 쫄깃한 만두와 얼큰한 국물이 어우러져 몸속까지 따뜻해지는 이 음식은 남편과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겨울 보양식이다. 강한 추위 속에서 일상을 이어가는 가족에게 이 전골 한 냄비는 든든한 에너지원이 된다.

태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음식은 물닭갈비다. 탄광 마을로 알려진 태백에서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날이 차가워질수록 물닭갈비를 끓여 먹는 집이 많다.
예전 탄광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퇴근 후 가족과 함께 먹던 음식으로, 남편 최병옥 씨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추억의 맛이다. 겨울 냉이를 듬뿍 넣어 끓이는 물닭갈비는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살아 있고, 찰옥수수를 넣어 만든 범벅은 강한 매운맛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단짝 메뉴로 곁들여진다.


이처럼 태백의 겨울 밥상에는 혹독한 자연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쌓아온 삶의 방식이 녹아 있다. 산이 내어준 나물과 탄광 마을의 음식 문화가 어우러진 얼큰한 맛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추운 계절을 버텨온 사람들의 지혜와 정서를 전해준다. 태백 통동의 겨울 음식은 높은 산처럼 단단하고, 깊은 골짜기처럼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