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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동두천 중식당 중국집 짜장면집 무료급식소 최덕순 사위 박재민

son45 2026. 2. 2. 07:04

동두천 구도심의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멈추게 되는 오래된 중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요즘 식당들처럼 화려한 간판이나 세련된 인테리어는 없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이곳의 시간을 말해주는 듯하다.

마치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할 것처럼, 가게는 묵묵히 골목을 지키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은 처음 찾은 사람에게도 낯설지 않은 기분을 안겨준다.

 

그 중심에는 늘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안주인 최덕순 씨가 있다. 경쾌한 인사와 자연스러운 미소에는 수십 년 동안 사람을 상대해온 경험과 정이 배어 있다.

 

 

<만리향>

경기 동두천시 중앙로265번길 25

031-864-4722

 

최덕순 씨는 이 중식당을 40년 동안 지켜왔다. 그 시간 동안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공간을 넘어, 동네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숨 쉬는 장소가 됐다. 그래서인지 이 가게에는 오랜 단골이 유독 많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해온 손님도 적지 않다. 그들이 이곳을 계속 찾는 이유는 맛있는 중식 한 그릇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덕순 씨의 마음 씀씀이 때문이다.

 

그는 늘 “음식은 정직해야 한다”고 말하며, 바쁜 와중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작은 반찬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정성을 담으려는 모습에서 이 집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현재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덕순 씨의 사위 박재민 씨다. 재민 씨는 이 중식당의 초대 주방장이자 장인이었던 고(故) 강준기 씨에게 요리를 배웠다. 준기 씨는 가족에게는 다정했지만, 주방에 들어서면 누구보다 엄격한 요리사였다.

 

 

기본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작은 부분도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 장인의 모습은 재민 씨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2019년, 예상치 못한 사고로 준기 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가게는 큰 위기를 맞았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가족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가게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재민 씨가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장인의 빈자리를 대신해 주방에 서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는 요리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가족의 슬픔까지 함께 짊어져야 했다.

 

재민 씨는 가게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장인의 시간을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한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던 덕순 씨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기로 했다.

 

그렇게 장모와 사위는 다시 같은 주방에서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세대, 다른 입장이었지만, 가게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같았다.

이 여정에는 딸이자 아내인 강서윤 씨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서윤 씨는 두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하며, 바쁜 날이면 자연스럽게 가게 일을 도왔다.

 

 

가족이 함께 움직이자 가게는 조금씩 예전의 활기를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년 전, 덕순 씨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여기에 구도심 재개발 소식까지 더해지며 40년 동안 지켜온 가게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그럼에도 덕순 씨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는 늘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곁에서 묵묵히 함께해주는 가족이 있고, 변함없이 가게를 찾아주는 단골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해보고 싶은 새로운 꿈도 그의 마음을 다시 앞으로 향하게 만든다. 불 앞에서 살아온 시간처럼 뜨겁고 때로는 매운 인생이었지만, 이 오래된 중식당은 오늘도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온기로 골목을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그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