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입구에서부터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가벼우면서도 느려진다. 숨이 차서가 아니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유명한 풍경이나 눈길을 끄는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먼저 멈춰 선다.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전해지는 향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피운 향 같기도 하고, 오랜 시간 쌓인 흙과 숲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냄새 같기도 한 그 향은, 사람을 조용히 자기 안으로 끌어당긴다.
그 향의 시작은 의외로 소박하다.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작은 흙집 암자, 20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공간이다. 이곳에서 성종스님은 오랜 시간 천연 향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스님에게 향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가깝다. 좋은 향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그 향을 만드는 동안의 마음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님은 이 삶의 방식을 ‘향도’라 부르며, 수행처럼 이어오고 있다.
겨울이 되면 산은 더욱 비워진다. 마른 풀과 부러진 가지들만 남아 쓸쓸해 보이지만, 스님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귀한 재료다. 사람들 눈에는 잡초로 보이는 풀 한 포기에도 각자의 향이 담겨 있다고 한다.

자연에 저마다의 향이 있듯, 사람 또한 각기 다른 향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말은 단순하지만 깊다. 결국 어떤 향을 풍기며 살아갈지는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과 마음이 결정한다는 뜻처럼 들린다.

불가에서 향은 늘 함께해왔다. 기도를 올릴 때도, 마음을 다잡을 때도 향은 말없이 공간을 채운다. 성종스님은 이 향을 더 바르고 이롭게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30년이 넘는 세월을 연구에 쏟아왔다. 수없이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조차 수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묵묵히 이어온 시간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향에는 화려한 이름도, 눈길을 끄는 포장도 없다. 향을 찾는 이가 있다면 스님은 이유를 묻지 않고 나눈다. 향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눌수록 의미가 깊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비슬산에서 태어난 이 향은 잠시 코끝을 스치고 사라지지만, 어느 순간 마음속에 오래 남아 조용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