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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보령 3대 건축가 집안 집 주택

son45 2026. 2. 3. 21:12

보령의 한적한 주택단지에 처음 마주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집이 있다. 도로를 향한 면에는 창 하나 없이 단단한 벽만 드러내고 있어 마치 작은 요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집은 단순히 독특한 외형으로 주목받은 것이 아니다. 2025년 충청남도 건축상 주거 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만 세 명, 완성까지 꼬박 3년이 걸린 ‘가족의 집’이다.

 

 

집의 주인은 40년 넘게 건축 현장을 지켜온 장인이다. 지역의 대목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건축의 길로 들어섰고, 그 뒤를 이어 아들과 딸까지 건축을 전공하며 어느새 3대가 건축에 몸담은 가족이 되었다.

 

수많은 건물을 지어왔지만 정작 자신의 집은 한 번도 제대로 설계해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아내의 퇴직을 앞두고 비로소 부부를 위한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건축가가 셋이다 보니 의견도 셋이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2층 박공지붕 집으로 시작했지만, 논의가 거듭될수록 형태는 계속 바뀌었다. 2층 평지붕, 단층 분동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단층 디귿자 구조에 이르기까지 무려 3년이 흘렀다.

 

 

매일같이 수정과 토론이 이어졌고, 때로는 가족끼리라서 더 치열했다. 그렇게 탄생한 집은 결국 가족의 시간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 되었고, 지역 건축상이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집의 입구에는 독특한 경사로가 놓여 있다. 외부인의 접근을 자연스럽게 늦추는 보안 장치이자, 노년의 생활을 고려해 계단 대신 선택한 구조다.

남편은 어린 시절 골목길을 걷던 기억에서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천천히 오르다 보면 주변 풍경이 차분히 펼쳐지고, 집으로 들어가기 전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외관은 닫혀 있지만 내부는 전혀 다르다. 세 면에는 창이 없지만, 중정을 향해 열린 커다란 통창이 집 안을 환하게 밝힌다. 모든 방에 중정을 두어 사생활은 지키면서도 채광과 환기를 확보했다. 겉에서 보이는 단단함과 달리 내부는 밝고 여유롭다.

 

실내 설계 역시 철저하다. 가전과 가구의 크기를 미리 계산해 공간에 반영했고, 보조주방과 야외 공간을 잇는 동선으로 생활의 편리함을 높였다.

 

 

노출콘크리트 마감은 보령의 환경과 어우러지며, 오랜 현장 경험이 만든 디테일을 보여준다. 안방 옆 중정에는 노천 욕조가 놓여 있어 계절에 따라 부부의 쉼터가 되거나 손주들의 놀이터가 된다.

“지역에서도 충분히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처럼, 이 집은 단순한 주택을 넘어 한 가족의 역사와 신념이 담긴 공간이다. 앞으로의 시간도 이 집처럼 단단하고 따뜻하길 바라며, 가족은 오늘도 이 집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