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로그 ‘풍경에 속았다, 오지마을 겨울나기’는 문동주 PD가 강원도 화천군 깊숙한 곳에 위치한 비수구미 마을을 찾아가며 시작된다.

늘 사람과 사건이 가득한 현장을 취재해온 문 PD가 이번에는 발걸음을 늦추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오지마을의 겨울 준비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풍경 속에서, 사람들의 일상이 오롯이 화면에 담긴다.
비수구미는 북한강 상류를 막아 조성된 파로호 인근에 형성된 작은 마을이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산을 개간하며 정착했지만, 댐이 들어서면서 육로가 끊겼다.



지금은 배를 이용해야만 드나들 수 있어 ‘육지 속 섬’이라 불린다. 마을에는 상점 하나 없고, 현재 거주 중인 가구는 단 네 곳뿐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내려 외부와의 왕래가 수시로 끊기며, 마을은 긴 고립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문 PD는 비수구미의 이장인 오경미 씨 부부와 함께 혹독한 겨울을 대비하는 일상을 체험한다. 눈이 쌓이면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고립될 수 있기에, 장작을 미리 패서 산처럼 쌓아두고 먹거리도 넉넉히 준비한다.
냉장고 여러 대를 채워두는 모습은 오지마을에서 겨울을 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게 한다. 직접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는 문 PD는, 자연 속 생활이 결코 낭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는다.



마을의 또 다른 중심 인물은 20년 넘게 비수구미를 오가며 우편물을 전달해온 집배원 김상준 씨다. 그는 매일 배와 차량을 번갈아 이용해 읍내 우체국과 마을을 오간다. 집들이 호수를 따라 흩어져 있어 대부분의 배달은 배로 이뤄진다.
편지와 택배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있기에 하루도 쉬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오지마을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연결의 힘을 보여준다.


비수구미의 풍경은 조용하고 아름답지만, 그 안의 삶은 끊임없는 노동과 선택의 연속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를 품고 있다. 실패 이후 삶을 정리하기 위해,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한때 마음을 빼앗겼던 자연으로 돌아오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

연말이 되면 마을 노인회관에서는 대동회가 열린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음식을 나누는 시간이다. 이웃이 가장 큰 자산인 오지마을에서 대동회는 단순한 모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때 70여 세대가 살던 마을은 이제 대부분이 고령인 25세대만 남았다. 오경미 이장은 구급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생기는 것이 마을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전한다. 비수구미의 겨울은 고요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온기로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