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가장 먼저 들려오는 곳, 그리고 봄이 올 때는 늘 마지막에 이름이 불리는 곳이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화촌면의 겨울은 유난히 길다.

산자락은 몇 달째 눈을 이고 있고, 강물은 얼음 아래에서 잠잠하다. 바람까지 매서워지면 풍경은 더없이 고요해 보이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감탄의 대상이 아니라 견뎌내야 할 현실이다.
그럼에도 산촌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소와 함께 밭을 살피고, 이웃이 들르면 국 한 그릇을 데워 내어준다. 추위 속에서 가장 귀한 것은 결국 사람의 온기와 불의 힘이다. 홍천에서 산은 늘 일터였고, 삶의 방향을 정해주는 존재였다.


이 산속에서 박형수 씨와 나포임 씨 부부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숯가마를 지켜왔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의 하루는 더 분주해진다. 가마 곁을 떠나지 않고 불을 살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과다.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가마 위로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르면,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숯을 꺼낼 시기가 다가왔다는 신호다. 온도와 연기, 냄새만으로 때를 읽어내는 감각은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것이다.

참숯 하나가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숯에 맞는 참나무를 고르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가마 안을 나무로 채운 뒤에는 며칠 밤낮을 불 앞에서 보낸다.
내부 온도는 1,000도를 훌쩍 넘고, 불의 세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숯의 상태가 달라진다. 불길이 잦아들고 은빛 연기가 번지기 시작하면, 시뻘겋게 달아오른 숯을 삽으로 퍼내는 작업이 이어진다. 한겨울 찬 공기 속에서도 옷 속은 금세 땀으로 젖는다.


고된 작업이 끝나면 가마에는 여전히 뜨거운 열이 남아 있다. 이 열은 부부에게 작은 선물이 된다. 조기나 갈치를 올려두기만 해도 금세 노릇하게 구워지고, 별다른 양념 없이도 깊은 맛이 살아난다.

참숯 위에 올린 홍천 한우는 불향이 은은하게 배어들어 고기의 풍미를 한층 살려준다. 불을 다뤄온 세월이 그대로 밥상 위에 오른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숯가마의 불처럼, 부부의 삶은 오늘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40년 동안 쌓아온 이 가마는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두 사람의 시간과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긴 겨울을 지나 단단해진 숯처럼, 화촌면의 하루 역시 묵묵히, 그러나 따뜻하게 익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