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은 겨울의 문턱에 가장 먼저 들어서고, 가장 늦게 빠져나오는 지역이다. 산자락을 덮은 눈과 얼어붙은 강은 한 폭의 풍경처럼 아름답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매년 넘어서야 할 또 하나의 계절이다.

그러나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홍천의 삶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긴 겨울을 견뎌낸 만큼, 이 땅이 품어낸 먹거리와 삶의 방식은 더욱 단단해진다.
홍천의 산촌에서는 예부터 땅의 조건에 맞는 농사법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돌이 많고 경사가 심한 밭에서는 소 두 마리가 짝을 이루어 밭을 가는 ‘겨릿소’가 쓰였다.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가 호흡을 맞춰야 가능한 이 방식은 홍천의 지형이 만들어낸 전통 농경 문화다.

지금은 그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겨릿소 보존회를 중심으로 이 전통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겨울이면 멍에와 쟁기를 손수 만들고, 다가올 봄 농사를 대비해 소를 훈련시키는 일도 이어진다. 안소와 마라소가 발을 맞추기까지는 사람의 손길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겨릿소가 밭을 일구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소를 정성으로 키우던 마음은 한우로 이어졌다. 산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쉬어 가던 사랑방에서 이름을 얻은 사랑말 마을에는 지금도 여러 한우 농가가 모여 산다.
이곳에서 한우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가족의 살림을 책임지는 존재였다. 잘 키운 한우 한 마리는 농가의 자부심이었고, 마을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사랑말 마을 한우의 특징은 먹이에서부터 드러난다. 알곡과 건초를 섞어 발효시킨 혼합 사료는 소의 건강을 고려한 방식으로,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영양을 고루 갖춘 한 끼 식사와 같다.
무엇을 먹이고 어떻게 돌보느냐는 결국 고기의 품질로 이어진다. 정성껏 키운 결과는 높은 등급으로 증명되고, 그 과정에는 농부의 책임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다.

겨울이 깊어지면 마을의 밥상도 더욱 풍성해진다. 사랑말 마을에서는 이웃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풍경이 자연스럽다.
우족을 푹 고아낸 진한 국물의 우족탕, 한우를 다져 빚은 만두, 간장에 졸인 산적, 참기름에 버무린 육회까지. 한우는 겨울 밥상의 중심이 된다. 최근에는 살짝 구운 한우를 밥 위에 올린 한우 초밥처럼 새로운 방식의 음식도 등장했다.

홍천의 겨울 밥상에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추위를 견뎌온 시간,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이웃, 그리고 세대를 거쳐 이어진 삶의 방식이 한 상에 고스란히 담긴다. 홍천의 겨울은 혹독하지만, 그 속에서 길러진 밥상만큼은 누구보다 깊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