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정선읍, 그중에서도 회동리는 예로부터 물이 맑고 맛있기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가리왕산에서 시작된 샘물이 마을로 흘러들며 하루하루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회동리는 ‘청량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옛부터 맑은 물과 함께 살아온 곳임을 알려줍니다.

80세의 김옥자 어르신은 가리왕산의 물을 두고 “어느 곳 물과 비교해도 최고”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깊습니다. 또 83세 이순녀 어르신은 이 물을 ‘심 썩은 물’이라고 부르며, 산삼의 향과 맛이 우러나 달콤하면서도 약간 쌉쌀한 독특한 맛이 난다고 전합니다.
이런 특별한 물맛은 처음 맛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도시를 떠나 청량골로 귀촌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청량골 사람들의 삶 속에서 가리왕산 물은 단순한 식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마을 사람들은 부서진 콩을 갈아 감자, 메밀쌀, 냉이 등을 넣어 만든 콩죽으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이를 콩갱이라 부르는데, 겉보기에는 소박한 음식이지만 가리왕산 물을 넣으면 맛과 향, 식감이 한층 살아나 특별한 음식으로 변했습니다. 콩갱이를 끓이는 날이면, 그 냄비는 한 집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웃들은 자연스럽게 모여 함께 나눴고, 소박한 한 그릇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물과 음식으로 서로를 돌보고, 정을 나누며 하루를 채워갔습니다.

가리왕산 물은 사람들의 삶과 기억 속에 스며들어, 청량골만의 문화와 정서를 만들어왔습니다. 물맛 하나가 마을의 정체성을 결정짓고, 사람들을 붙잡는 힘이 된다는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오늘날 회동리의 집집마다 물 한 모금, 콩갱이 한 그릇에는 옛이야기와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담겨 있습니다. 청량골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물맛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과 오랜 삶의 흔적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가리왕산에서 흘러온 물은 청량골을 특별하게 만드는 숨은 주인공이자, 마을 사람들의 마음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소중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