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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포항 생아귀수육 아귀찜 아귀탕

son45 2026. 2. 9. 20:24

한국기행 ‘겨울엔 울릉도’ 1부는 울릉도로 향하는 길의 시작을 포항에서 조용히 풀어낸다. 겨울 바다는 늘 마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바람의 세기와 파도의 높이에 따라 출항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겨울 울릉도 여행은 출발 전부터 긴장감을 안고 시작된다. 배우 안홍진이 배에 오르기 전 호미곶을 찾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칼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에 서서 그는 말없이 수평선을 바라본다. 거창한 기도 대신, 무사한 항해를 바라는 담담한 마음이 고요한 풍경 속에 스며든다. 겨울 울릉도로 간다는 건 관광이 아니라 자연 앞에 한 발 낮추는 일처럼 보인다.

 

출항을 앞두고 들른 포항 죽도시장은 겨울에도 쉼 없이 살아 움직인다. 이른 아침인데도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갓 잡아 올린 갈치와 오징어가 은빛 비늘을 드러내고, 쉽게 접하기 힘든 고래고기까지 좌판 위에 올라 겨울 바다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손끝이 얼어붙을 만큼 차가운 날씨에도 상인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생선을 손질하고 손님을 맞는다. 시장을 천천히 걷다 보면 비릿한 바다 냄새와 상인들의 목소리가 섞여, 포항이 왜 바다의 도시인지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항구로 발길을 옮기자 아귀잡이 배가 들어온다. 겨울은 아귀가 가장 맛이 오르는 계절이다. 특히 이 시기의 아귀 간은 크고 진해 ‘바다의 푸아그라’라 불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배에서 내려온 생물 아귀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곧바로 식당으로 옮겨진다. 이른 시간부터 사장님 형제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질을 시작한다. 수없이 반복해온 작업이라 동작에는 망설임이 없고, 겨울 바다의 시간이 그대로 주방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손질된 아귀는 생물로만 가능한 요리로 상에 오른다. 부드럽고 담백한 아귀 수육은 재료 자체의 맛이 살아 있고, 아귀찜과 아귀탕은 깊고 구수한 국물로 속을 따뜻하게 채운다.

자극적인 양념 없이도 충분한 풍미가 느껴져, 추위에 움츠러든 몸이 천천히 풀린다. 울릉도로 향하는 여정을 앞두고 만나는 이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긴 항해를 준비하는 든든한 버팀목처럼 느껴진다.

 

 

해가 지고 포항의 밤이 깊어지면 영일만항은 또 다른 분위기를 띤다.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 크루즈 한 척이 조용히 출항을 기다린다.

겨울 울릉도로 향하는 유일한 뱃길이다.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순간, 배는 서서히 항구를 떠나 밤바다로 나아간다. 포항에서 시작된 겨울 울릉도 여행은 그렇게 파도 소리를 곁에 두고, 다음 이야기를 향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