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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비양도 세모녀 해녀 가족

son45 2026. 2. 8. 23:36

인간극장에 소개된 ‘비양도 세 모녀’ 이야기는 한 섬에서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한 가족의 삶을 깊고 묵직하게 전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열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물질을 시작해 평생을 바다에 바친 김영자 할머니가 있다.

올해 아흔을 넘긴 할머니는 비양도에서 손꼽히는 상군 해녀로 이름을 날렸고, 젊은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낸 뒤에도 다섯 남매를 키워내며 바다를 삶의 터전이자 버팀목으로 삼아왔다.

 

 

억척스러운 물질 덕분에 가족은 살아갈 수 있었고, 할머니에게 바다는 자부심 그 자체였다. 하지만 8년 전, 바다는 할머니에게 가장 큰 아픔을 남겼다. 하나뿐이던 아들과 며느리를 한날한시에 배 사고로 잃은 것이다.

그날 이후 할머니는 더 이상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다. 평생 입던 해녀복을 벗고, 바다를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으로 남았다. 이제는 눈이 어두워 직접 물질을 하지는 못하지만, 딸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손질하며 여전히 현역 못지않은 기개를 보여준다. 바다 앞에서만큼은 여전히 해녀다.

그런 어머니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막내딸 영미 씨는 물질을 시작한 지 2년 남짓한 애기 해녀지만, 벌써 상군 기질을 보이며 주목받는 존재다.

 

 

원래는 언니 영실 씨와 함께 바다에 나가며 서로의 숨비소리를 의지하던 짝꿍이었지만, 얼마 전 영실 씨가 파도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하면서 지금은 홀로 바다에 들어가고 있다. 걱정 속에서도 언니가 다시 바다로 돌아오길 기다리며, 세 자매는 다시 함께 물질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겨울 소라가 제철이 되는 이맘때면, 할머니의 마음은 더욱 시리게 얼어붙는다. 8년 전 떠난 아들의 제삿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4대 독자였던 아들이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의 가슴에는 “내가 죽으면 누가 아들 밥상을 차려주나”라는 슬픔이 깊게 남았다. 다행히 큰딸 영실 씨의 아들 한석 씨가 비양도로 내려와 삼촌의 제사를 모시며 할머니 곁을 지킨다.

제삿날, 집 안을 채운 가족들의 온기 속에서 할머니는 잠시 아픔을 내려놓는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딸의 말에, 할머니는 아들을 데려간 바다를 원망하기보다 남은 가족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영자 할머니의 네 딸 중 셋은 어머니처럼 해녀의 길을 선택했다. 비양도에서 물질을 하는 영실, 영미 씨와 달리 셋째 딸 영란 씨는 흑산도 해녀다.

젊은 시절 어머니와 함께 원장 물질을 나갔다가 그곳에서 인연을 만나 결혼한 뒤, 지금까지 흑산도에서 살아왔다. 겨울 물질을 쉬는 틈을 타 오랜만에 친정 비양도를 찾은 영란 씨. 네 모녀는 한자리에 모여 영란 씨가 가져온 귀한 전복으로 죽을 끓여 먹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새해를 함께 맞는다.

가족의 응원 덕분일까. 큰 사고 이후 대상포진까지 앓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영실 씨도 다시 바다로 향한다. 비양도 앞바다를 지키는 할망당에 무사 안녕을 빌고 뛰어든 바다에서, 그녀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커다란 문어 한 마리였다. 마치 바다가 건네는 환영의 인사처럼, 세 모녀의 바다는 다시 희망으로 출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