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찾는 울릉도는 마음먹은 만큼이나 각오가 필요한 여행지다. 거센 파도와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를 통과해야만 도착할 수 있지만, 그 과정마저 이 섬을 특별하게 만든다.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울릉도는 예부터 길 하나 내는 일조차 쉽지 않았던 곳이다. 1963년 공사가 시작된 이후, 바다를 메우고 단단한 암반을 뚫는 작업이 수십 년간 이어졌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인 2019년에야 섬을 한 바퀴 연결하는 일주도로가 완성됐다.
총길이 44km의 이 도로는 주민들에게는 오랜 숙원이었고, 외지인에게는 울릉도를 가장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길이 되었다.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에 오르면 이동 자체가 여행이 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쉼 없이 변한다. 파도가 오랜 세월 다듬어 놓은 해안선과 바람이 깎아낸 바위들이 연달아 모습을 드러낸다.

삼선암, 코끼리 바위, 박쥐 바위처럼 독특한 이름을 가진 바위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전설을 안고 있다. 버스 기사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보태며 섬의 기억을 들려주고, 덕분에 짧은 이동 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버스에서 내려 해안도로를 천천히 걷다 보면 관광 안내서에는 잘 담기지 않는 울릉도의 겨울 일상이 보인다. 이 섬에서만, 그것도 한겨울 두 달 남짓한 기간에만 가능한 긴잎돌김 채취 현장이다.
파도가 잔잔한 날이 많지 않아 작업할 수 있는 날은 손에 꼽히지만, 주민들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바위에 붙은 김을 하나하나 떼어낸다. 낯선 방문객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모습에서 섬 특유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
따개비를 넣어 끓여낸 칼국수 한 그릇에는 울릉도 겨울 바다의 맛과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 덕분에 울릉도는 단순히 ‘다녀오는 곳’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살아 숨 쉬는 섬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