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조계산 중턱 해발 550m 안팎에는 등산객들 사이에서 조용히 회자되는 식당이 있다.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노란색 건물이라 ‘노란 집’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송광사에서 출발해 산길을 따라 약 두 시간 정도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위치라 일부러 마음먹고 올라야 하지만, 산행 끝에 만나는 한 끼를 생각하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는 이들이 많다.
이곳을 지키는 임복희(63)·박병영(66) 부부는 3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처음부터 식당을 운영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산속에 터를 잡고 살던 시절, 집 앞을 지나던 등산객들에게 밥을 조금씩 내어준 것이 시작이었다. 따뜻한 한 끼에 고마움을 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밥상을 차려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 메뉴는 보리밥과 나물 반찬이다. 계절에 따라 종류는 달라지지만, 기본은 직접 손질한 산나물과 채소다. 자극적인 양념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식으로 조리해 산행 뒤에도 부담이 적다.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정성이 담겨 있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과하지 않아 좋다”는 평가가 많다.
겨울철이면 산중 식당의 하루는 더 분주해진다. 난방과 취사를 위해 필요한 장작을 마련하는 일부터, 시래기와 나물을 말려 저장하는 작업까지 손이 많이 간다. 눈이 내리거나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준비 과정은 더 까다로워지지만, 부부는 오랜 시간 쌓아온 방식대로 묵묵히 일을 이어간다.



조계산에 정착하게 된 배경에는 어려운 시절의 기억이 있다. 30여 년 전 빚보증 문제로 삶의 터전을 잃은 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산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등산객들이 일부러 찾는 쉼터가 됐다. 특별한 홍보나 간판보다 입소문으로 알려졌다는 점도 이곳의 특징이다.



보리밥이 기본이지만, 단골의 요청이 있는 날에는 별도의 메뉴도 준비한다. 오리무탕은 그중 하나로, 큼직하게 썬 무를 넉넉히 넣어 국물의 시원함을 살리고 오리를 오래 끓여 깊은 맛을 낸다. 추운 날씨에 산을 오른 이들에게는 몸을 데워주는 보양식 역할을 한다.
조계산 노란 집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대형 규모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부부의 손맛과 정성이 공간을 채운다.


깊은 산속에서 만나는 따뜻한 밥 한 상, 그리고 사람 사이의 온기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산행의 피로를 덜어주는 한 끼를 찾는다면, 조계산 중턱의 이 작은 식당은 충분히 의미 있는 목적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