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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자연인 김영구

사람들이 하나둘 도시로 떠난 뒤, 오랫동안 잊혀졌던 고향의 산은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린 시절 소를 몰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그 숲길은, 세상에 지쳐 무너졌던 한 중년 남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길이 됐다. 도시에서의 치열한 삶을 정리하고 돌아온 김영구(65) 씨는 멈춰 있던 시간을 천천히 이어 붙이듯, 땅을 고르고 집을 손보며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다. 집 안에는 어머니의 손길이 남아 있는 장식품과 오래된 장독이 놓여 있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는 부모님의 산소가 그의 일상 한가운데 있다. 이 산자락은 그에게 단순한 고향이 아닌, 삶을 다시 붙잡게 해준 시작점이다.스물네 살에 가장이 됐던 그는 너무 이른 나이에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하루 12시간..

카테고리 없음 2026.02.04

건축탐구 집 보령 3대 건축가 집안 집 주택

보령의 한적한 주택단지에 처음 마주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집이 있다. 도로를 향한 면에는 창 하나 없이 단단한 벽만 드러내고 있어 마치 작은 요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집은 단순히 독특한 외형으로 주목받은 것이 아니다. 2025년 충청남도 건축상 주거 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만 세 명, 완성까지 꼬박 3년이 걸린 ‘가족의 집’이다. 집의 주인은 40년 넘게 건축 현장을 지켜온 장인이다. 지역의 대목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건축의 길로 들어섰고, 그 뒤를 이어 아들과 딸까지 건축을 전공하며 어느새 3대가 건축에 몸담은 가족이 되었다. 수많은 건물을 지어왔지만 정작 자신의 집은 한 번도 제대로 설계해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아내의 퇴직을 앞두고 비로소 부부를 위한 ..

카테고리 없음 2026.02.03

한국기행 성종스님 천연향 비슬산 암자 절

비슬산 입구에서부터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가벼우면서도 느려진다. 숨이 차서가 아니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유명한 풍경이나 눈길을 끄는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먼저 멈춰 선다.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전해지는 향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피운 향 같기도 하고, 오랜 시간 쌓인 흙과 숲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냄새 같기도 한 그 향은, 사람을 조용히 자기 안으로 끌어당긴다. 그 향의 시작은 의외로 소박하다.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작은 흙집 암자, 20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공간이다. 이곳에서 성종스님은 오랜 시간 천연 향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스님에게 향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가깝다. 좋은 향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그 ..

카테고리 없음 2026.02.03